죽은 물질 분리법 : 생명체의 자연발생설을 거부하는 라세미 화합물

죽은 물질 분리법 

: 생명체의 자연발생설을 거부하는 라세미 화합물

김기환 


    2008년 3월 13일자 Nature 지는 마이클 맥브라이드(J. Michael McBride) 등이 기고한 "물리 화학 : 생명체는 시작을 위해 갈았는가? (Physical chemistry: Did life grind to start?)” 라는 제목으로 죽은 물질을 분리하는 방법에 관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었다.[1]

파스퇴르는 1848년에 생체분자들이 광학 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그는 포도에 있는 자연산 주석산(tartaric acid, 타르타르산) 염과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주석산 염은 모두 화학적 성질은 똑같은데, 수용액에서 앞의 것은 편광면을 오른쪽으로 돌리는데 반하여 뒤의 것은 편광면을 왼쪽과 오른쪽 어느 쪽으로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주석산 염을 27℃로 유지함으로 주석산의 두 가지 결정이 따로 석출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으며, 그는 이렇게 석출된 두 결정체를 족집게로 분리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결정체가 입체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왼손과 오른손의 손바닥을 얼굴을 향하여 포개면 손바닥은 포개어지지 아니한다. 오른손 엄지는 오른쪽을 향하고 왼손 엄지는 왼쪽을 향한다. 왼손과 오른손은 같은 것 같으나 다르다. 파스퇴르는 편광면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을 오른쪽 이성질체(+로 표시), 왼쪽으로 돌리는 것은 왼쪽 이성질체(-로 표시)라 불렀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물질은 모두 오른쪽(D-형) 이성질체(isomer)와 왼쪽(L-형) 이성질체의 두 가지가 반반씩 섞여있다. 이를 라세미 화합물(racemic mixture)이라 하였다.

그러나 생명체를 구성하고 물질은 반드시 왼쪽이나 오른쪽 한 가지 이성질체로만 되어있다. 포도의 주석산은 D-형 이성질체이고, 아미노산은 L-형, 그리고 DNA, RNA 및 모든 당들은 모두 D-형이다. 파스퇴르는 '생체분자들의 입체적 특성은 산 물질의 화학과 죽은 물질의 화학을 구분하는 명확한 경계선이 된다'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D-형 이성질체와 L-형 이성질체가 섞여있는 라세미 화합물은 죽은 물질인 것이다.[2]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날 때 이 생명체는 라세미 화합물, 즉 죽은 물질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라세미 혼합물로 된 생명체가, 나중에 한 가지 이성질체만 선택적으로 흡수하여 현재와 같이 한 가지 이성질체만으로 구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첫째는 이성질체의 혼합물인 죽은 물질은 화학반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예로 RNA는 자신을 주형으로 자신과 같은 RNA를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D-형 염기들만 있는 경우에는 주형과 같은 RNA가 잘 만들어진다. 그러나 L-형 염기들이 섞이면 L-형 염기들의 방해로 중합반응이 일어나지 아니한다. 둘째로 죽은 물질로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D-형 뉴클레오타이드와 L-형 뉴클레오타이드가 뒤섞여 연결되면 나선은 뒤틀리게 되어 D-형 DNA 만으로 연결된 나선의 특징이 없어지고 DNA 고유의 성질이 없어진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는 큰 홈과 작은 홈을 만들고 있으며, 단백질의 α-나선 부위는 이 DNA의 인접한 두 개의 큰 홈에서 DNA와 결합한다. 만약 D-형 뉴클레오타이드와 L-형 뉴클레오타이드가 뒤섞여 연결되면, 나선은 큰 홈과 작은 홈이 규칙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하여 DNA와 단백질의 결합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고, 죽은 DNA가 되고 만다.[3] RNA도 마찬가지로 RNA의 특징적 성질이 없어져 죽은 RNA가 되고 만다. 따라서 최초 생명체가 죽은 물질(라세미 화합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날 때에는 한 가지 이성질체로만 준비되어야 한다. 즉, 주위가 한 가지 이성질체만으로 가득 찼다고 가정하여야 한다. 이럴 경우, 자연에서 만들어진 이성질체는 두 가지가 반반씩인 라세미 화학물질인데, 그 중 한 가지만 남고 다른 한 가지는 없어져야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 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게 되는 것이다. 자연에서 이 이성질체가 분리되는 문제에 관하여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Nature 지에 개재된 이 논문에는 두 가지 이성질체를 분리하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었다. 노르두인 등(Noorduin et al.)은 매우 간단한 방법을 소개하였다. 즉, 생화학 물질이 결정 슬러리 상태가 되었을 때, 유리구슬을 넣고 갈면, 한쪽 이성체가 자발적으로 증폭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한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입체 이성질체의 한쪽 농도가 다른 쪽의 농도보다 약간(수 %)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이 갖추어지고 유리구슬을 넣고 갈기를 계속하면, 농도가 적은 쪽의 이성질체가 점점 줄어들어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 이때 이성질체 조각의 크기가 일정한 범위 내에 들어야 하는데, 조각은 입체적인 특성을 나타낼 정도로 충분히 커야 하며, 또한 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야 한다.

이렇게 구슬을 넣고 갈면서 이성질체를 분리하는 실험은 파스퇴르가 족집게로 분리하던 것과 같은 효과를 실현한 것으로, 죽은 물질을 분리하는 많은 연구들 중에서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이 실험에 성공한 과학자들은 이런 분리가 생명체가 있기 이전의 자연에서 저절로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이렇게 정교한 실험계획은 최상급 화학자들만이 구상할 수 있으며, 무질서한 자연현상에서 이런 일이 저절로 일어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명체 밖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생화학 물질들은 모두 죽은 물질들뿐이라는 사실은 여러 실험들에서 확인이 되어왔다. 밀러가 무기물에 방전을 하여 만든 아미노산들도 모두 죽은 물질들이었다.[4] 외계에서 떨어진 운석들 속의 유기물들도 모두 죽은 물질들이었다. 이 죽은 물질은 화학진화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이 문제는 생명이 자연에서 우연히 저절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생명기원의 자연발생설을 출발점부터 붙들어 매고 있는 것이다. 진화론자들은 이 거대한 장벽을 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극복의 길은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이다. 화학진화를 주장하는 진화론 학자들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지푸라기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체의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는 많은 문헌들에서 이 화학진화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사실은 말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 고교 과정의 생물교과서에서도 생명의 기원을 기술하면서, 이 죽은 물질의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 라세미 화합물 문제는 생명기원의 자연발생설을 근본적으로 철저히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거론조차 할 수 없는 것일 것이다.      


참고문헌

[1] J. Michael McBride et al. Did life grind to a start? Nature Vol 452, 13/Mar. 08, p161.
[2] 박 인원 저: 생명의 기원, 서울대학교 출판부, 서울, 1996, p200
[3] Jones and Bartlett 저, 심 웅섭 외 역: 분자생물학, 월드사이언스, 서울,1999, p96
[4] Hubert P. Yockey 저: Information Theory, Evolution, and the Origin of Life, Cambridge University Press, New York 2004,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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