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발생설

자연발생설

 (Spontaneous Generation Theory, Abiogenesis)

임번삼 


(1) 자연발생설의 역사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상은 고대 동서양에 널리 퍼져 있었다. 생명의 자연발생과 진화사상은 다윈이 자연과학의 연구로 얻은 결과가 아니라, 옛날부터 동서양에 편만했던 토템의 산물이었다. 힌두교와 불교에서는 영혼이 유전되며 동물의 육체는 업보에 따라 서로 전환된다는 윤회설을 주장하였다. 남미의 마야제국(600 BC)에서는 비의 신이 진흙으로 물고기를 만들었으며, 물고기에서 뱀으로, 뱀에서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하였다. [Jerry Bergman; Evolutionary naturalism: an ancient idea, TJ 15(2), pp 77-80, 2001]

  그리스의 생명사상은 인도의 힌두사상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Bergman; ibid, p 77] 이러한 진화사상을 처음으로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사람이 그리스의 이오니아의 밀레토스에서 출생한 탈레스(Thales of Miletus 640-547 BC)였다. 그는 생명이 물에서 나왔다고 주장하였다. [J.B. Birdsell; Human Evolution, p 22, Rand McNally, Chicago, 1972] 그의 제자인 밀레토스 학파의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611-546 BC)는 "태양이 진흙을 포립시켜 동물을 발생하며....동물로부터 사람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물고기가 인간으로 발전했다고 하였다. [B. Thompson; The History of Evolutionary Thought, p 29, Star Bible & Tract Corp, Worth, 1981]

  <진화론적 자연주의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엠페도클레스(Empedokles 493-435 BC)는 "생물의 종은 애증(愛憎)을 가진 네 원소의 순환과정 중 땅에서 우연히 점차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우연만이 모든 변화의 요인"이라고 하였다. [Thompson; ibid, p 31] 그리고, 자연발생설로 생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할 수 있으며, 모든 생물의 형태는 동물의 부분들이 시행착오적으로 재조합된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다. [H.F. Osborn; From the Greeks To Darwin, p 52, Charles Scibner's Sons, New York, 1929] 그리고, 자연선택이 모든 진화의 일차적 기구이며, 적자만이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후손에게 전달해 준다고도 하였다. [Osborn; ibid, p 54] 이처럼, 적자생존론은 다윈이 처음으로 주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384-322 BC)는 "영혼으로서의 생명을 형상(形相 form)"이라 하였고, "생명은 물질의 특수한 배치"라고 하여 중세기의 라마르크를 비롯한 생명의 자연발생론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건조하고 촉촉한 것은 모두 동식물을 발생시키며....풀잎의 이슬에서 꿀벌이, 해저의 개펄에서 장어, 새우, 문어, 오징어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長野 敬譯; 生命 物質, pp 9-122, 平凡社, 東京, 1990, 원저는 Thomas S. Hall; Idea of Life and Matter: Studies in the History of General Physiology, 600BC-AD1900,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1969] 그리고, 인간은 오랜 "생명의 수식"의 결과라고 하였다. [Osborn; ibid, p 54] 한편, 화석이 지질학적 변화와 생명의 계승의 증거라고 주장한 최초의 사람은 크세노파네스(Xenophanes of Colophon)이었다. [B. Glass, T. Owsel, W. Straus; Forerunners of Darwin, 1745-1895, p 6, The Johns Hopkins Press, Baltimore, 1959]

  그리스의 생명의 자연발생설은 후일 중세 유럽에서 다시 대두되었다. 탄산가스 발명자인 헬몬트(Van Helmomt 1577-1644)는 <쥐를 낳는 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자연발생론자들은 나무열매에서 나방이가, 호박에서 양(羊)이 나오며, 풀잎의 이슬에서 반딧불이가, 소똥으로부터 딱정벌레와 말벌이 생긴다고 하였다. 자연발생설을 신봉한 영국의 해부학자 하베이(William harvey 1578-1657)는 혈액순환의 원리와 모세관현상을 발견하고 생명현상을 기계론적으로 해석하여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5-1650)의 생체기계론에 영향을 주었다.

  데카르트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몸은 자각이 아닌 기관장치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라 하였다. 그는 또한 "축축한 진흙에 햇볕이 쪼이든지 부패시키면 생명이 저절로 발생한다"고 하였으나, 이성을 가진 사람은 예외로 취급하였다. 그러다가, 인간까지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단순한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명기계론이 마침내 라메뜨리(J.O. de La Matri 1709-1751)의 <인체기계론>에 의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라마르크(Jean B.P.A. de Lamarck 1744-1829)는 생명은 무기물에서 발생하며, "생명은 물질의 배치"라고 하였다(사진 12). 라마르크와 더불어 프랑스의 대표적 진화학자로 알려진 뷰퐁(George L.C. de Buffon 1708-1788)은 자연발생설을 적극 옹호하고, 창조론을 주장한 린네를 공격하였다(사진 13). 그리고, 뷰퐁의 영향을 받은 예수회 신부인 니이담(John T. Needham 1713-1781)도 성경을 인용하여 생명의 자연발생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다. 그는 하나님이 생물을 물과 흙으로부터 창조하셨으므로 이러한 창조작업은 지금도 자연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스팔란쨔니는 하나님의 생명창조 작업은 단회적이었다고 반박하였다. 그리고, 많은 실험결과을 토대로 자연발생설을 반박하였다. 이태리의 의사인 레디(Francesco Redi 1626-79)도 자연발생설의 비판에 가담하였다.

  프랑스의 생물학자인 뿌셰(Felix A. Pouchet 1800-1872)는 "유기물, 물, 불, 공기, 온도가 갖추어지면 생명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했으며, 생명의 기원에 대하여 파리아카데미에서 파스퇴르와 공개논쟁을 한 사건은 유명하다. 영국에서는 자연발생주의자인 베스쳔(Henry C. Bestian 1837-1915)이 생명속생설을 주장한 틴달과 논쟁을 벌렸으나, 틴달의 승리로 돌아갔다. 독일에서는 리비히(Justus Liebig 1803-1873)가 알콜발효현상을 물질론적인 분자진동설(分子振動說)로 해석하고 파스퇴르의 미생물에 의한 발효설(醱酵說)과 충돌하였으나, 파스퇴르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르크스와 더불어 공산이론의 기초를 세운 엥겔스(Fridrich Engels 1800-1895)는 "생명은 단백질의 존재양식"으로 규정하는 유물론적 생명관(materialistic view of life)을 제시하였다.

 

(2) 오파린의 화학진화설

  생명의 자연발생론자들이 주장하는 원시생명체가 남긴 흔적이나 화석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소위 원시생명의 출현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추리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소설을 쓴 것이다. 생명체가 발생하려면 최소한 두 단계의 조건이 필수적이다. 하나는 유기 스프 내의 유기화합물이 자신의 화학적 실체를 가지는 독립된 계(界)로 존재해야 하고, 둘째는 자기복제를 하는 유전자계(genetic system)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의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野田春彦; 生命起源, NHK Books 461, 日本放送出版協會, 東京, pp 37-39, 1984]

  ① 무기물로부터 10~100개의 분자를 가진 간단한 유기화합물의 합성

  ② 수중에서 유기물(아미노산, 핵산, 탄수화물 등)의 합성 (지표상의 유기물이 태양에너지에 의해 변화되어 원시바다로 이동하였고, 엽록체에서의 광합성작용을 에너지흐름의 출발점으로 인식함)

  ③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한정된 구역에서의 종합적인 반응

  ④ 자기복제능력을 가진 원시세포의 형성

  ⑤ 각 기관의 정상적인 기능과 에너지대사 기능을 갖춘 완전한 세포의 형성


이러한 조건에 맞도록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진화론자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원시생명이 습한 진흙(J.B.S. Haldane 1892-1964), 점토(J.D. Bernal 1901-1971), 해저(J. Pringle 1707-1782)에서 발생했다는 설과, 해중의 코아세르베이트(Operin 1936)에서 발생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오늘날,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드려지고 있는 시나리오가 소련의 생화학자 오파린(Alexander I. Oparin 1894-1980)이 주장한 코아세르베이트설이다. 오파린-할데인가설(Oparin-Haldaine hypothesis) 또는 화학진화설(化學進化說 chemical evolution)로도 불리운다. 오파린(사진 14)의 주장은 <생명의 기원>(1937)과 이를 보완한 <지구상에서의 생명의 기원>(1957)이라는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Alexander Ivanovich Oparin; Proiskhodh'denie Zhinzni(1936)→영어판 Sergius Morgulis; The Origin of Life, 2nd ed, Dover Publication, New York, 1953].

   원시대기가 번개에 의해 생명의 물질을 합성했으리라는 오파린-할데인 가설은 볼세비키 혁명(1917)이 일어난 직후(1923년경)부터 주장되다가, 1936년에 전모를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1950년대 전후의 스탈린의 비호아래 루이셍코가 후천획득형질의 유전설을 주장하며 생물학을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이용했듯이, 공산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장되었을 가능성을 추측케 한다.

  그는 원시지구의 상태는 지구암석, 화산분출물, 운석 및 다른 천체를 분석하여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한 조사결과 원시지구는 기체와 먼지가 결합하여 응축된 액체상태였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액체상태에서 무거운 원자들이 지구의 중심부로 이동하였고, 가벼운 원자들은 지구의 표면에 머무르게 되었으리라는 것이다. 그 후, 지구가 냉각하면서 원자상태의  환원성 대기물질들(H2, Ne, He, Ar)이 결합하여 메탄(CH3), 암모니아(NH3), 수증기(H2O) 등의 분자 상태로 발전했고,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서 자연에너지인 태양자외선이나 번개의 방전에너지에 의해 결합하여, 아미노산과 같은 단량체(monomer)의 유기물이 형성되었으리라고 추리한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비가 되어 내리면서, 이러한 유기물을 용해하여 반고액체(半固液體) 상태인 원시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햇볕의 작용으로 유기물들이 중합이나 축합반응을 하여 단백질, 핵산, 탄수화물 등과 같은 생체고분자물질(biopolymer)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원시바다 속의 유기물질에 태양볕이 내려 쪼이면서 교질상의 입자(colloid)가 형성되었고, 서로 다른 교질입자들이 상호작응하여 반액상(半液狀)의 코아세르베이트(coacerbate)라는 세포 전단계의 입자가 형성되었으리라 추리하였다(그림 4). 코아세르베이트는 전하를 가진 입자들이 결합하여 물분자를 배제함으로써 형성된 것으로, 주위의 물분자층으로 구성된 막(膜)에 의해 외부와 경계를 이룬 입자를 말한다. 더 나아가 이 입자들은 다른 전하를 띤 입자들과 결합하여 더 크고 복잡한 코아세르베이트를 형성하였으며, 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생체고분자물질인 핵산이나 단백질을 흡수했으리라고 추리하였다. 이것을 이용하여 효소계(酵素系)를 만들었고, 이에 따라 에너지를 합성하는 계(系)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리하였다. 이것이 자기증식이 가능한 원시세포(protocell)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시바다에는 유기물 외에 유리산소가 없었으리라 생각하였다. 따라서, 최초에 출현한 세포는 해수 중에 있는 유기물을 흡수 분해하여 얻은 에너지로 자기합성을 하며 성장했으리라는 종속영양기원설(從屬營養起源說 heterotroph)을 주창하였다. 이러한 무기호흡으로 해중의 유기물이 점차 소진되면서 탄산가스가 축적되었으며, 이 탄산가스가 물, 빛과 결합하여 탄수화물이 합성되면서 산소를 방출하는 독립영양체(獨立營養體 autotroph)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의 독립영양체는 이산화탄소를 수소나 황화수소로 환원하여 유기물을 합성하는 황색세균이나 광합성세균이었으며, 뒤이어 조류와 같은 광합성식물이 나타났으리라고 추리하였다.

  이러한 식물의 출현으로 대기 중에 산소농도가 서서히 증가하게 되었으며, 그 일부가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을 흡수하여 오존을 만듦으로써 오존층(ozone layer)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 하였다. 이 오존층이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함으로써 수중에서만 생존하던 원시생물들이 육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소호흡을 하는 생물들이 지구상에서 급속도로 증가했으리라는 것이다. 참으로 장대한 시나리오라 아니 할 수 없다.

 

(3) 밀러와 유레이의 유기물 합성

  시카고대학의 대학원생인 밀러(Stanley L. Miller 1930- )와 그의 스승 유레이(Herold Urey 1893- )는 이러한 오파린의 가설을 실험적으로 입증하고자 하였다(1953). 그들은 5리터들이 플라스크에 물을 넣고 진공으로 한 후, 원시대기가스와 유사한 혼합물(H2, CH4, NH3)을 주입하였다(그림 5). 여기에 물을 가열하여 발생한 수증기를 혼합시킨  상태로 6일간 고압전기로 전극을 통해 방전시켜 주었던 바 새로운 유기화합물이 합성되었다. 이렇게 얻은 유기화합물을 급냉(急冷)하여 U자관의 콜드트랩(cold trap)에 모았다.

 이 응축물 속에는 세포의 구성성분인 글루탐산, 글라이신, 아스파라긴산과 같은 아미노산류와 아데닌 등의 핵산염기와 유기산, 요소, 시안화수소(HCN)등이 검출되었다. 즉,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유기물들이 점차로 복잡한 생체고분자화합물인 단백질이나 핵산을 합성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들의 실험내용은 <지구상에서의 생명의 기원>으로 발간되었다. [Stanley L. Miller, Leslie E. Orgel; The Origin of Life on the Earth, Prentice Hall, Englewood Cliffs, NJ, 1974]

  그의 뒤를 이어 유사한 합성실험이 뒤를 따랐다. 1960년대 초에 휴스턴 대학의 오로(Juan Oro)는 탄소입자를 함유한 운석(carbonaceous chondrites)중에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호주에 떨어진 머츄린 운석( Murchurin meteolite 1969)에서도 탄화수소, 알콜, 지방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디이머(David Deamer)는 이러한 운석내의 물질들로 구성된 막(membrane)을 합성하였다. 이것은 코아세르베이트나 프로테노이드,  마이크로스피아보다 경계선이 더 세포적 성질을 가진 인지질막이었다. 이것이 아미노산, 핵산, 유기물로 물질진화를 일으키는 터전이 되었으리라는 리포좀설(liposome theory)이다.

  일본의 하라다(原田 1964)는 원시가스혼합물(메탄, 암모니아, 물)을 고온(900-1000℃)으로 가열하여 18종의 아미노산을 얻었고, 폰남퍼루마(Ponnamperuma 1965)는 혼합가스에 감마선을 조사하여 당류를 합성하였으며, 베타선을 조사하여 핵산염기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한편, 1970년도에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위스콘신 대학의 테민(Howard Temin)과 MIT의 벌티모어(David Baltimore)는 RNA로 구성된 리트로바이러스(retrovirus)의 효소(reverse transcriptase)에 의해 RNA로부터 DNA를 역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하고, RNA가 최초의 자기복제물이라고 주장하였다.

  1980년대 초반에는 콜로라도대학의 체(Thomas R. Cheh)와 예일대학의 앨트만(Sidney Altman)은 몇 종류의 RNA가 유전자기능과 효소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기능의 효소임을 발견하고, 리보자임(ribozyme)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들은 이 연구로 노벨상(1989)을 공동 수상하였다. 체 등은 섬모를 가진 원생동물인 테트라하이메나(Tetrahymena)를 이용한 연구결과 리보좀-핵산(rRNA)의 전구체내에 있는 인트론(intron; 암호화되지 않은 염기서열 부위)이 전구체를 절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잘려진 엑손(exon; 유전자발현부위)분자의 두 말단을 이어 주어 성숙한 리보좀 RNA(rRNA)를 형성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발견은 RNA의 인트론이 중합효소(polymerase)로서의 기능을 하며, 단백질의 도움이 없이도 자기복제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의 연구로 모든 인트론이 자기가공능력(self spricing)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실험결과로부터 그들은 최초의 생명체가 DNA나 단백질이 아닌 RNA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제기하였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유기물에 의한 생명발생설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MIT의 레벡(Jilius Rebeck Jr. 1990)은 유기화합물(amino adenosine triacid ester; AATE)을 합성하고, 클로로포름 용액 중에서 이 유기물을 틀(template)로 하여 꼭 같은 유기물을 복제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합성조건은 물론 자연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록펠러대학의 교수로 노벨상(1974)을 수상한 듀브(Christian R. de Duve)는 <세포의 청사진>(Blue Print for Cell)에서 치오에스텔(thioester)이 생명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였고, 영국 글라스고우 대학의 스미스(A.G. Cairns Smith)는 고운 점토판에서 생명이 탄생했으리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당연히 파스퇴르 이래 잠적했던 생명기원논쟁에 다시 불씨를 집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무기물로부터의 생명의 자연발생이 증명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에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모델에 따라 원시생명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4) 화학진화설의 문제점

  첫째, 원시대기의 조성이 과연 환원성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유기물합성실험을 주도했던 밀러(S.L. Miller)는 말하기를 "생물학적으로 관심있는 화합물들의 합성은 환원성 조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의 대기가 환원성이었던 때가 있었을 것으로 믿으며 약간의 지질학적 및 지구물리학적 증거들이 실제로 그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그는 1983년도에 말하기를 "이러한 혼합물에 일산화탄소와 과량의 유리형 수소가 가미되었더라면 가장 간단한 아미노산인 글라이신과 흔적 정도의 다른 아미노산류가 합성되었을 것"으로 추리하였다.

  환원적이었다면 대기층을 보호하는 오존층이 없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구상에는 어떠한 생명도 생성은 커녕 기존의 생명체도 우주선의 영향으로 철저히 파괴되어 사멸했을 것이다. 산소는 물이 증발하여 대기 중에서 광분해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다. 진화론자들이 환원형 대기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산화형 대기상태에서는 생명체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의 합성이 매우 어려울 뿐더러, 설사 생성되었다 하더라도 우주선에 의해 분해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행성을 탐사한 결과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성과 화성의 대기는 주로 비환원성 가스(이산화탄소, 수증기)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원시지구의 대기도 비환원성 가스였을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나고야대학(水圈科學硏究所)의 키타노교수(北野 1983)는 "나를 포함하여 마쓰오(松尾禎士), 시미즈(淸水幹夫), 고지마(小嶋 穗), 에가미(江上不二夫)와 같은 일본의 중견급의 물리, 화학전공자의 상당수가 산화형 대기설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최고(最古)의 암석에서 석회석(CaO)이 발견되는 것인데, 이는 원시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석회석은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생성될 수 없다. 이 밖에도, 수많은 증거들이 원시대기가 산화형이었음을 증거한다"고 하였다. [北野 康; 水와 地球의 歷史, NHK Books, p 200, 214, 1983]

  원시대기가 산화성이었다는 증거는 그밖에도 많다 (Berkner & Marshall 1965, Brinkman 1969, Gish 1972, Towe 1978, Carver 1981, Clemmy & Badham 1982, Thaxon et al 1984,  Kasting 1993).  원시바다의 철함유 침전물, 퇴적암내의 무기질분포,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석회암 등이 그것이다. [Royal Truman; What biology Textbook never told you about, TJ 15(2), pp 17-24, 2001] 창세기(1-2장)에서도 창조 초기의 대기조성이 탄산가스, 산소, 질소, 아르곤, 수증기 등으로 구성된 산화형 대기인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스페인에서 열렸던 <생의 기원>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1994)에서는 환원형 대기가 원시지구를 덮은 적이 없으며, 오파린 가설과 밀러의 실험을 '잘못된 학설'로 공식선언을 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적인 내쇼날 지오그라픽 지는 지금까지도 계속하여 이 설이 흡사 생명의 자연발생설을 지지하는 이론인 양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R. Monastersky; the rise of life on earth, National Geographic 193 (3), pp 54-81, March, 1998]

  둘째, 방전으로 합성된 유기물은 계속되는 방전에 의해 재분해가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재분해를 막으려면 신속하게 냉각시키는 장치가 필요한 데, 자연계에는 그러한 가정 설정이 불가능하다.

  셋째, 해수 중에서 아미노산들끼리 중합하여 세포성분인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은 질량작용의 법칙에 의하면 해수 중에 과량의 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합성이 아닌 분해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넷째, 아미노산은 화학합성시 D형과 L형이 반반씩 생성되나, 생물계에서는 예외 없이 단백질의 합성에 이용되는 L형만 생합성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합성아미노산을 이용하여  단백질을 합성하려면, 첫 단계로 L형 아미노산이 분리되어야 하는 데 자연계에서는 이러한 인위적인 선별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화론자들은 이러한 선별과 합성과정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으리라고 주장한다. 모든 생물들이 L형 아미노산만 생합성하는 현상은 의도적인 정보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와는 반대로, 핵산을 만드는 오탄당(五炭糖 ribose)은 천연적으로는 D형만 합성한다.

  진화생화학자인 레닌저(Lehninger)도 생명의 자연발생 가능성을 이렇게 부인한다.

"대장균이 아미노산 100개로 단백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이다. 그러나, 생체밖에서 100개의 아미노산으로 생물학적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만들려면 1050 년이 필요하다. 따라서, 생체 밖에서 무작위적으로 단백질이 합성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따라서, 생명체의 합성에는 지름길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A. Lehninger; Biochemistry, p 183, 1983]

  다섯째로, 핵산과 단백질은 핵단백질(核蛋白質 nucleoprotein)의 형태로 존재한다. 핵산에서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가 만들어지며 단백질(효소)에 의해 핵산물질들이 생합성이 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두 성분은 동시에 존재하며 선후(先後)가 있을 수 없다. 그것도 고도로 정밀한 기능으로 조화롭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Randy I. Wysong; The Creation-Evolution Conroversy, pp 220-223, Inquiry Press, Midland, MI., 1976]

  오파린은 친수성콜로이드가 막을 형성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젤라틴과 아라비아고무를 섞어 코아세르베이트를 형성하는 실험을 하였다. 이들은 외부에서 합성된 핵산물질이 코아세르베이트에 흡수되어 복제기능을 갖게 되었으리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두 물질들이 어떻게 서로 상대를 인식하면서 결합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설사 결합했다고 하더라도 세포가 복제기능을 나타내려면 DNA의 해석과 전사기능(translation & transcription)이 있어야 하는 데, 이러한 기능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느냐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들이 왜 유전정보를 만들고, 이것을 전사하며 복제하려고 의도적인 방향으로 나아 가게 되었느냐 하는 목적론적인 문제가 제기되기 마련이다.

  여섯째로, 체와 앨트만(Cheh & Altman)의 실험에 대해 RNA연구가인 죠이스( G.E. Joyce, Scripp Clinic, USA)는 "RNA는 바보같은 물질이며, 특히 단백질과 비교할 때 더욱 더 그러하다"고 하였다. 솔크생물학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의 오르겔(Leslie E. Orgel) 역시 죠이스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초기 RNA세계를 규명하는 실험은 너무 복잡하여 적합한 가설을 만들 수 없다. 이들의 가설이 이루어지려면 수많은 전제조건들이 바르게 수행되어야 하며, 하나라도 잘못이 없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들은 "AATE 실험이 너무 인공적인 상태에서 빈틈없이 복제를 시켰기 때문에, 이러한 일은 정밀한 변이가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설은 진화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일곱째로, 종속영양이 독립영양으로, 무기호흡계가 산소호흡계로 발전하려면 엄청난 체내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포 전체의 변화가 일어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믿는다는 것은 창조주를 믿는 신앙보다 훨씬 더 큰 믿음을 필요로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모든 세포 내에 DNA 수리장치(DNA repair system)가 있어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쉬지 않고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이 장치에 의해 가차없이 제거가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종을 보존시키려는 창조주의 섭리라 할 수 있다. 하물며, 오류와 부정확한 작동으로 이루어진 독립영양이나 산소호흡계로의 전환시나리오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언어의 유희라 생각된다.

  여덟째로, 미국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며 <생명기원평가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클레인(Harold P. Klein 1991)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에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이 문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명과학적 견해로서는 가장 단순하다는 세균 하나도 너무나 복잡하여 어떻게 생성이 되었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DNA에서 단백질이 합성되는 기작을 밝힌 오페론설을 확립했던 모노(Monod)는 이렇게 증언한다. "원시적인 세포의 구조가 어떠한 것이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가장 간단한 생물인 세균까지도 그 전체적인 화학구조는 다른 모든 생물들과 같다...유전암호나 번역장치도 사람과 세균사이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우리가 접해보는 가장 단순한 세포조차도 결코 원시적이 아니다. 정말로, 원시적인 흔적마저 찾아 볼 수 없다." [J. Monod; Chances and Necessesity, p 134, Collins, London, 1972]

 

(5) 폭스의 마이크로스피아설 (Microsphere Theory)


그 후, 미국의 진화론자인 폭스(Sydney Fox 1959)는 원시지구상에서 야기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단백질 유사분자인 프로티노이드(proteinoid)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는 여러 L형 아미노산의 건조한 혼합물을 담은 플라스크를 화산용암의 조건(150-180℃, 4-6h)으로 가열한 후에 냉각하여 단백질상의 입자(proteinoid, 2μ)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였다(그림 6).

  이것을 물 속에서 다시 냉각하여 얻은 작은 구상(球狀)의 물질 (직경 1-2μm)을 마이크로스피아(microsphere)라 명명하였다. 그는 습한 대기 중에서 합성된 아미노산들이 화산 주위의 뜨겁고 건조한 곳에서 중합된 후, 비에 의해 연못으로 흘러가 마이크로스피어로 변한 후  세포로 발전되었으리라 추리하였다.

그러나, 이 실험에도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① 아미노산이 합성될 때에는 물이 있어야 하고, 프로테이노이드가 합성될 때에는 물이 없어야 하며, 마이크로스피아가 합성될 때에는 다시 물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속반응과 극적인 조건변경은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자연계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에는 실험당사자인 유레이와 밀러도 동의하고 있다.

② 반응조건의 변화, 즉 온도가 더 높거나 반응시간이 길어질 경우, 아미노산은 중합이 아니라 분해가 된다. 자연계에서는 분해의 가능성이 더 일반적이다.

③ 설사, 프로테이노이드가 자연계에서 생성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생명을 가진 단세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더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각 단계로 진화했다고 믿기에는 이 역시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보다 더 강한 믿음과 신념을 필요로 한다. 즉, 실험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리에서 출발하여 추측으로 끝나는 이론이므로 믿음으로 이러한 가설을 변호해야만 한다. 이것은 이미 자연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신앙적인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진화론, 그 중에서도 생명의 기원문제는 자연과학이 아닌 신념과 신앙의 문제임을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파린, 밀러, 폭스 등이 주장한 생명의 자연발생모델에 대하여 타임 지는 특집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하였다. [J. Madelianash; How did life begin, Time, October 11, pp 38-42, 1993]

① 지구상의 대기가 메탄, 암모니아, 수소로 뒤덮인 적이 없었다(p 39).

② 모든 단백질은 핵산의 지령으로 만들어지며, 이러한 핵산은 단백질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닭과 달걀이 어느 것이 먼저냐는 순환논리에 빠지게 된다(p 42).

③ 생명체가 서서히 간단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해야 하는 데,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화석층의 고등 생명체들은 갑자기 일시에 출현한다(p 38, ref. Dec. 4, '95).

④ 첫 생명체는 단순한 단백질이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완전한 번식능력을 가져야 한다. 번식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면 후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번식력이 없는 생물은 한 세대만 살다가 사라진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번식을 통해서만 자손에게 전달된 것뿐이다. 따라서, 첫 세대부터 자신과 동일한 종을 재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세포의 생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번식능력을 갖추려면 처음부터 매우 정교한 생식기능과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야 한다(p 41).

 

출처 - 잃어버린 생명나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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