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강 : 민물조개의 신기한 생활사

민물조개의 신기한 생활사

정계헌 


     연체동물 중 대표적인 것들은 조개 종류인 이매패류와 고둥 종류인 복족류들이 있으며, 이들의 종 수가 다른 연체동물들에 비하여 많은 까닭에 연체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조개나 고둥의 껍질을 보면 바다 특히 열대바다의 것은 색이 곱고, 아름다워서 많은 패류수집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민물에 사는 종들은 대부분이 패각의 색이 탁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민물에 많이 있는 유기물질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패각의 각질층이 두꺼운 탓입니다.

우리나라의 강이나 하천에는 여러 종류의 조개들이 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종으로는 석패과에 속하는 이매패류(부족류)로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펄조개, 대칭이, 작은 대칭이, 말조개, 귀이빨대칭이, 두드럭조개, 재첩 등이 있는데, 재첩을 제외한 종들은 발생초기에 괴상하게 생긴 글로키디움(glochidium) 이라고 부르는 유생을 가집니다.

조개의 유생이라고 하면 “조개의 축소판 정도이겠지.” 하는 기대와는 전혀 달리 마치 동물을 잡기 위하여 사람들이 만드는 덫을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직경이 0.3 m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두 개의 작은 패각의 복부 정단부에는 많은 갈고리가 있어서 어디엔가 달라붙기에 적합하게 되어 있고, 패각 안 쪽에는 강한 근육다발과 유생사라고 하는 실이 있어서, 이것이 등산객이 쓰는 로프의 역할을 합니다.

생식철이 되면 이 조개들은 자신들의 바깥 아가미를 변모시켜 만든 보육낭에 자신의 알들을 가득 낳고, 이곳에서 외부로부터 들어온 수컷의 정자들과 만나 수정을 하도록 합니다. 수정란들은 난할하고, 포배기를 거쳐 마치 덫과 같은 모습의 글로키디움 유생으로 발육하는데, 이렇게 되면 어미조개는 자기의 유생을 부착시킬 고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가까이 오는 물고기가 있으면 출수관을 통하여 유생들을 순간적으로 대량 방출하여 고기의 지느러미들에 달라붙게 만듭니다.

빠른 물고기도 조개의  뜻하지 않은 기습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공격을 받는데, 이 때 물고기는 유생이 먹을 것이라도 되는 듯 먹으려고 하는 종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물고기에게 먹히기도 하고, 물고기의 턱에 붙어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고기의 지느러미의 끝에 달라붙게 됩니다. 이럴 때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마치 여러 개의 작은 덫에 물린 모양입니다.  물고기 스스로는 이것을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가 없으므로, 이들을 소화시키려는 듯이 주변의 상피세포들이 밀려와서 3-4시간 내에 달라붙은 유생들을 둘러쌉니다. 주변의 세포들은 계속 밀려와서 며칠이 지나면 여러 층의 세포들이 침입한 유생들을 둘러싸서 유생들은 완전히 갇힌 모습이 됩니다.

이렇게 갇혀버린 유생들은 물고기들의 소원대로 소화되는 것이 아니고, 물고기의 지느러미로 오가는 영양분을 가로채어 먹으며, 조개로의 변태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기생생활을 한 지 2 주일쯤 되면, 변태를 마친 유생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두꺼운 물고기의 피부 세포 층을 안으로부터 녹여서, 구멍을 내고, 물고기 밖으로 떨어져 나와 물 속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이때부터 이들은 우리가 보는 조개의 모습을 갖춘 작은 아기조개로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줄납자루같은 몇몇 민물고기들이 민물조개들을 역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식철이 되면 물고기 암컷이 산란관을 조개의 입수관에 깊이 넣어, 자신의 알들을 조개의 내장낭에 낳고, 수컷은 정자를 뿌려 넣습니다.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가장 안전한 곳에 산란하는 셈입니다. 조개껍질 속의 부드러운 조개의 내장낭 위에 알을 낳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어느 동물도 발생중인 물고기 알들은 해칠 수가 없게 됩니다. 조개들을 채집하여 실험실에서 사육하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물고기 새끼들이 어항 안에서 유영하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들은 위와 같이 조개의 패각 안에서 발생하여, 치어가 되자 조개의 몸밖으로 나온 것들입니다.

북미의 강들에 서식하고 있는 석패과에 속하며, 유럽백조조개류(Europian swan-mussels)로  불리우는 Lampsilis속에 속하는 민물조개들은 보육낭 속에서 알들이 글로키디움 유생이 되기까지 발생시킨 다음, 역시 일시적으로 기생생활을 할 숙주어류를 찾는데, 이 조개들의 경우는 숙주로 삼을 물고기를 유인하는 방법이 매우 특이합니다.

생식철이 되어 암컷이 보육낭 속에 글로키디움 유생을 많이 확보한 상태가 되면, 출수관 주변부의 살이 좌우 패각의 밖으로 웃자라 나와서 유두, 리본, 깃발 등과 같은 여러 모양을 만들어 물고기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어떤 종(Lampsilis ovata ventricosta)에서는 웃자라 나온 조개 살이 마치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가짜 물고기 즉 의태물을 만든 것입니다. 이 의태물의 앞쪽 머리모양에는 검은 눈 모양이 있고, 뒤에는 예쁜 지느러미 모양이 있어서 사람이 보아도 진짜 물고기 같습니다.

조개들은 이 가짜물고기 두 마리의 머리를 강물의 상류 쪽으로 향하도록 방향을 잡아 흙 속에 묻혀 있으므로, 마치 진짜 물고기 두 마리가 활발히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미국 미시간주의 휴론강(Huron River)에서 이 조개들의 사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활발히 움직이던 이 의태물은 어둠 속에서나 직접적인 햇볕 아래에서는 움직임을 멈춥니다. 그러나, 사람의 손이나 진짜 물고기가 이 의태물의 바로 위까지 와서 그늘을 만드는 순간 움직임을 일시 정지한 후 곧 순간적으로 글로키디움 유생의 덩어리를 수 cm 위로 쏘아 올립니다. 그러면 물고기모양의 의태물에 속아 접근했던 진짜 물고기는 조개의 유생들을 온통 뒤집어쓰게 되고, 얼결에 조개 유생들의 숙주역할을 2주 동안 고통 중에 감당해야만 합니다.

이런 현상들에 대하여 진화론적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연체동물인 조개류는 고생대 시작한 동물이고, 어류는 중생대 이후의 동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물고기가 없는 수억 년 동안 조개들은 어떻게 대를 이어 살았을까요? 또 조개들은 어떻게 자기 몸의 일부로 수억 년 후에 나올 물고기의 모양을 그토록 사실적으로 만들어 지니게 되었을까요? 아무도 이에 답할 수는 없습니다.


[기도] 민물조개들의 신비로운 생활사를 알고, 하나님의 섭리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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